대선판 바꾸는 '인구의 정치학'…세대차이 뚜렷, 지역구도 약화

입력 2022-02-11 17:28   수정 2022-02-12 01:09

20대 대선 유권자 구조 변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50년 가까이 한국 정치를 지배했던 공식들이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층은 보수성향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5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가 60대에 접어들며 고령층의 정치색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3김 시대’ 이후 유효했던 지역 대결구도도 수도권의 인구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안정과 복지제도 확충, 실용적인 안보관 등 수도권 거주자와 고령층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가 이번 대선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령층 복지가 대선 핵심으로

고령화 대책에서 최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복지제도다. 빠른 고령화와 함께 한국의 노인빈곤율 역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빈곤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1위다.

여야가 진영과 무관하게 파격적인 노인복지 확대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연 120만원의 장년 수당을 도입하고 어르신 요양돌봄 국가책임제 시행, 노인 일자리 140만 개 신설 등을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노인 간병비 반값 지원, 기초연금 현실화 등 공약을 내놓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손주 돌봄 수당 20만원 등 노인들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약속했다.

안보는 여전히 중요한 이슈지만 과거와 같이 보수 정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는 아니다. 여전히 고령층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일을 비롯한 안보 이슈에 다른 세대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처럼 보수당이 일방적으로 안보 의제에서 우위를 점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설명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300만 명이 넘는 60대 이상 고령층 가운데 상당수는 민주화를 경험한 586세대”라며 “이들은 안보 의제에서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균형 있는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민심이 지배하는 수도권
부동산 이슈가 대선의 전면에 나선 것은 지역 구도 영향이 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6일 발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서울과 경기·인천의 응답자들은 ‘차기 대통령 국정 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 각각 44%(서울), 34%(경기·인천)가 부동산 문제 해결을 꼽았다. 수도권과 광주·전남을 제외한 다른 모든 권역에서 경제 회복이 1위를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수도권에서 부동산 문제가 다른 이슈에 최우선하는 ‘메가 의제’가 되면서 부동산 시장 급등에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민주당 서울시당이 지난달 발간한 ‘서울시 유권자 정치지형과 대선 전략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여론은 민주당이 참패한 4·7 재·보궐 선거 당시보다 높다”며 “정권교체론을 이끄는 핵심 의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 및 주거 환경 개선”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가 수차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를 한 것도 이 같은 ‘부동산발 정권교체론’이 배경이다.

한국 양당제의 공고한 구도였던 ‘호남-진보’ 및 ‘영남-보수’ 연맹은 그 영향이 급격하게 감소할 전망이다. 수도권 인구가 팽창하고 있는 반면 호남과 영남 지방 인구는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전남 지역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이들 지역의 지지 성향 자체도 이전 진보 일변도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 고등학생 투표’
올해 처음으로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18세 유권자의 선택도 관심사다.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투표연령은 19세에서 18세로 낮아졌다. 그 결과 이번 대선에서는 2004년 3월 10일생까지 투표가 가능해지며 사상 처음으로 고등학생도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18세 인구는 49만 명이다. 이들은 49만 명의 19세 인구와 함께 투표에 참가한다. 기존 인식과 달리 10대는 정치 참여 열기가 높은 계층이다. 17대 대선 당시 54%였던 10대 투표율은 18대(74%), 19대 대선(77%)을 거치며 빠르게 상승했다.

통상 10대는 진보 성향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 같은 추세가 이번 대선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20세대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라기보다 기득권에 대한 반발이 강한 계층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며 “그동안 보수진영이 기득권이라는 인식이 확고했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며 진보 진영도 기득권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젊은 세대가 보수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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